제3자 정자 인공수정 자녀의 친생추정 — 대법원 2016므2510 전원합의체

사건 변호사

유전자검사로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법률상 부자관계도 함께 사라질까요. 대법원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물음에 답하며 혈연의 진실과 자녀의 신분관계 안정 사이의 경계를 다시 그었습니다. 이 글은 그 판결(2016므2510)의 쟁점과 법리를 단계별로 분석합니다.

📌 핵심 판결 : 대법원은 혼인 중 아내가 임신·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혈연관계의 유무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 는 될 수 있어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하는 사유' 는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다수의견).

 

1. 사건의 배경과 법적 쟁점

출발점은 민법 제844조입니다.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고(제1항), 혼인 성립일부터 200일 후 출생·혼인관계 종료일부터 300일 이내 출생은 혼인 중 임신으로 추정됩니다(제2항·제3항). 이 추정을 깨는 법적 절차는 친생부인의 소이며, 부부의 일방이(제846조)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제기해야 합니다(제847조 제1항).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되었습니다.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은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게도 추정이 적용되는가, 그리고 혈연관계가 없음이 밝혀진 경우에도 추정이 그대로 미치는가입니다.

 

종전 대법원은 장기 해외체류·사실상 이혼으로 인한 별거 등 동거의 결여로 포태가 불가능함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 — 이른바 외관설). 쟁점은 결국 ① 인공수정 자녀에 대한 친생추정 적용 여부, ② 혈연 부존재 증명이 그 예외를 넓히는 사유가 되는지, ③ 이를 추정의 '범위' 문제로 볼지 '번복' 문제로 볼지로 정리됩니다.

 

2. 하급심 단계 — 관문 쟁점의 형성

1심·2심의 사건번호와 선고일은 본 평석의 확정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아 기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송의 형식 자체가 심급을 관통한 다툼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이 사건은 친생부인의 소가 아니라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 제기되었습니다. 두 소는 대체재가 아닙니다. 친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국면에서 쓰는 절차이고(82므59, 민법 제865조), 추정이 미치는 국면이라면 기간 내 친생부인의 소로 가야 합니다(제846조·제847조 제1항). 따라서 본안 판단에 앞서 "친생추정이 미치는가"라는 선행 판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했고, 이는 "외관설의 예외를 혈연 부존재 증명까지 넓힐 것인가"에 대한, 대법원까지 이어진 핵심 물음이었습니다.

 

3. 대법원의 최종 판단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로 심리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① 인공수정 자녀에게도 친생추정이 적용된다.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녀에게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그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됩니다.

② 동의한 남편의 번복은 허용되지 않는다. 인공수정에 동의한 남편이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동의서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출생신고 등으로 친자관계를 공시하거나 상당 기간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하여 사회적으로 친자관계를 공시·용인해 왔다고 볼 수 있으면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합니다.

③ 혈연 부존재는 추정의 '범위'를 정하는 사유가 아니다(다수의견). 혼인 중 아내가 임신·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혈연관계의 유무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에는 해당할 수 있으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하는 사유는 될 수 없습니다.

 

▶ 별개의견과 반대의견

  • 별개의견(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 : 혈연관계 부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소에 의하지 않고도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면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반대의견(민유숙 대법관) : 외관설이 말하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을 동거의 결여 외의 사정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해석해야 하고, 오히려 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확립된 법리로 인용할 수 있는 것은 다수의견뿐입니다. 별개의견·반대의견을 판례의 결론처럼 원용해서는 안 됩니다.

 

4. 이 판결로 무엇이 달라졌나 — 판결의 의의

▶ 82므59는 유지되되, 확대는 거부되었습니다. 외관설 예외는 2016므2510의 참조판례로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그 예외를 '혈연관계 부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로까지 넓히는 것은 거부했습니다. 외관설의 문턱은 혈연이 아니라 포태 가능성이 외관상 명백히 결여되었는지(일방이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는 등)에 있다는 것입니다.

 

▶ ★유전자검사의 자리가 명확해졌습니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검사 결과는 친생부인의 소에서 추정을 번복하기 위한 증거로 기능할 뿐이고, 그 결과만으로 법률상 부자관계가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검사만 받아 두면 정리된다"는 이해는 이 판결의 구조와 맞지 않습니다.

 

▶ 제소기간이 실질적 관문이 되었습니다. 추정을 다투려면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민법 제847조 제1항)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구법의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받은 뒤(헌법재판소 1997. 3. 27. 95헌가14) 개정되어 현행 기준이 되었습니다. 부인권은 출생 후 친생자임의 승인(민법 제852조)이나 인공수정 동의로도 소멸합니다. 결국 이 판결은 혈연의 진실을 어떤 문(門)으로, 어떤 기간 안에 주장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것으로 읽힙니다.

 

5. 대응 전략 — 법무법인 고운의 시각

법무법인 고운 가사전담팀은 이런 사안에서 '추정이 미치는가(범위)'와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가(부인)'를 반드시 분리해 접근합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소의 종류부터 어긋납니다.

  • ① 사실관계 검토 포인트 — 먼저 확정할 것은 (a) 출생이 제844조 제1항~제3항 중 어느 국면인지, (b) 동거 결여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지(82므59), (c) 출생신고·실질적 친자관계 유지 등 공시·용인에 해당할 사정이 있는지, (d) '사유를 안 날'로 볼 만한 시점입니다.

  • ② 적용 법리 — 추정의 범위는 82므59, 혈연 부존재의 지위와 인공수정 동의의 효과는 2016므2510 다수의견, 절차·기간은 민법 제846조·제847조 제1항, 부인권 소멸은 제852조를 기준으로 검토합니다.

  • ③ 입증·증거 전략 — 유전자검사 결과는 소송에서의 증거이지 법률효과 그 자체가 아닙니다. 검사가 필요하다면 법원 절차 안에서 적법한 방법으로 진행해야 하며, 상대방이나 자녀의 동의 없이 시료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저희가 다루는 방식이 아닙니다. 동거·별거의 경위, 출생신고 이후의 생활관계처럼 관문 쟁점에 닿는 자료를 정리하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 ④ 방어 전략(양면) — 추정을 다투는 쪽은 외관설 해당 사정 또는 기간 내 친생부인의 소라는 정규 루트를, 추정 유지를 구하는 쪽은 공시·용인·승인 사정과 기간 도과를 각각 검토합니다. 다만 친생부인의 소는 신분관계의 진실을 바로잡는 제도이지 양육·부양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인용되면 자녀가 법률상 아버지를 잃는 결과가 뒤따릅니다. 자녀의 복리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추정의 범위 해당 여부, '사유를 안 날'의 기산점, 인용 여부는 모두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이 판단합니다. 본 평석은 판례 법리의 분석일 뿐 특정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거나 약속하지 않습니다. 기간이 문제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자료를 정리한 뒤 가사변호사와 개별 상황을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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